<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올리버 색스의 연구서이자 임상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큰 매개가 되었으며 그만큼 신경증의 문제를 비주류에서부터 관심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2015년, 82세에 임종을 맞았는데 그 나이까지 '몸짱'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특히 아침엔 반드시 씨리얼, 저녁엔 쌀밥과 생선 요리를 먹었다는 점은 그가 얼마나 체계적인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마치 칸트처럼.
올리버 색스를 알아보던 중에 흥미로운 일은 죽기 전까지 결혼을 안했으며 마지막즈음에 커밍아웃을 했다는 것이다. 게이라고.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임상 보고서라고 봐도 좋다.
작가가 치료했던 환자 24명을 소개하는데 하나하나 신기할 정도의 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다.
제목과 같이 아내를 정말로 모자로 착각한 P선생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한다.
소화기를 보고 사람 얼굴이라고 볼 때도 있고 장미꽃을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알아보지 못한다.
올리버 색스와 면담 후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아내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머리에 쓰려고 한다. 마치 모자인듯 말이다.
다른 사례 중 세상을 1/2밖에 못 보는 여성이 있다.
좌뇌에 문제가 생겨 우측밖에 보지 못하며 스테이크가 나왔을때도 반쪽밖에 보이지 않아 늘 자신의 음식지 적다고 화를 낸다.
나이프로 반을 잘라 먹으면 옆에서 접시를 돌려 가운데 놔주어야 한다.
그러면 또 1/2를 잘라 먹는다.
또 접시를 돌리고 또 1/2를 잘라 먹는다.
그녀는 립스틱을 바를때도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이 절반밖에 보이지 않아 절반만 바른다.
쉽게 생각하면 스테이크를 우측에 놓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절반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위 사례의 둘 모두 시각은 정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뇌에 문제가 생겨 인식하는데 장애가 있다.
우리는 흔히들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눈은 투사하는 역할 뿐이고 뇌가 보는 것이다.
비유를 들자면 사과 그림을 볼 때 우리는 사과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그림 속의 사과'라고 알고 있다.
사실 사과라는 물체 역시 물체에서 반사된 광자들이 망막과 시각 피질의 신경세포들을 자극해 이루어지는 뇌의 해석일 뿐이다.
아무튼, 뇌가 다치면 보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해석하는데 장애가 생긴다.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어떠 다리가 자신의 다리에 붙어있다며 매일같이 공포에 떠는 사람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그 다리가 선생님의 다리라고 하지만 본인은 자신의 다리가 아니라며 떼어달라고 애청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지만 실제로 있는 일들이다.
이렇게 24가지 사례를 나열했는데 처음엔 정말 흥미로웠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고 소설과 같은 일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럴지도 모른다.
24가지의 사례중에서 비슷한 부분도 있고 사례 중심의 책이 그렇듯이 조금씩 지루해져가는 것이 아쉬운점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고 안도감과 위로를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며 희귀병에 가까운 사람들을 보며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러한 사례들을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본다거나 흥미 본위로 읽는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며, 저자의 의도나 진심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병마의 도전을 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일상생활을 단념해야 하는 환자들은 그 나름대로 병마와 싸우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비록 이길 수 없는 싸움이고 뇌의 기능은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인간이라는 사길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보고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 이러한 병에 걸린 사람을 신기한 동물이나 잘못된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다른 사람'으로 인간 그대로 존중해주고 한 번씩은 자신에게 대입해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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